미세먼지도 그치고, 날이 좋은 날, 친한 후배와 함께 서촌 골목골목을 걸었습니다. 서울 토박이이지만 강 이남 쪽이 생활권인 저에게는 서촌, 북촌, 효자촌, 삼청동, 부암동, 인사동...... 이런 동네 이름에 대한 뭔가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꼭 걸어보고 싶은 동네였는데, 마침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서 마치 다른 나라에 여행 간 여행객처럼 마음이 들떴습니다.
단아한 한옥들을 여전히 볼 수 있는 곳, 작지만 유니크한 맛집들과 카페들이 구석구석 자리 잡았지만, 익선동처럼 너무 복잡하고 붐비지는 않는 곳이 서촌인 것 같습니다. 특정한 어떤 맛집과 카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어서 천천히 골목을 걸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라멘으로 유명한 칸디소바에는 이미 직장인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습니다. 서촌국시한그릇, 밥플러스, 잘빠진 메밀, 이태리총각, 폭담, 두오모, 포담....등등 서촌에는 맛집이 꽤 많습니다. 이런 맛집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걷고 있던 골목 끝에 연결되어 있는 통인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근처에 재래시장이 없던 터라, 엄청 기대했습니다. 유투버들도 많이 찍어서 올려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시장 규모가 작았고,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만한 집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월남쌈처럼, 구절판 전병에 야채를 얹어 쌈이 예쁘고 맛있어 보여서 조금 사고, 명란 계란말이도 사고,
유명한 기름떡볶기 가게 앞까지 갔지만, 왠지 맛있어 보이지는 않아서 그냥 패스하고,
김밥을 한 줄 사고,
만두와 옆집에서 파는 꼬치를 샀습니다.
그냥 현금으로 사도 되는 것을, 왠지 TV와 각종 SNS에 올라와 있는 남들이 한다는 그것을 하고 싶은 촌스런 마음에,
시장 관광안내소(?) 2층에 있는 도시락 카페에서
현금과 엽전을 교환하고 도시락 케이스를 받아서, 구절판, 명란 계란말이, 김밥, 만두, 꼬치를 사서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엽전 도시락을 구입한 사람들은 2층 도시락 카페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정수기, 수저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통인 시장에서의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다시 서촌을 걷습니다. 시장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오래된 효자 베이커리.
옛날식 빵을 여전히 팔고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가 만드는 스콘이 맛있다는 평도 있고요. 계획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걷는데, 묻지도 않았는데 그늘에 앉아있는 할머니 두 분이, 저희에게 수성동 계곡을 가려면 요래~요래 가면 된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수성동 계곡.
겸재 정서의 그림 '수성동'으로 유명한 수성동 계곡 입구부터 산 위쪽으로 그늘을 따라 조금 걸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자연과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도시의 비밀 같고, 도시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이 동네 사시는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성동 계곡 입구에 있는 의자에 앉아 후배와 함께 자연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쉬었습니다. 서촌에 여러 카페와 디저트 맛집들이 유명하지만, 자연이 주는 천연 바람과 초록 내음이 너무 좋아서 그냥 눌러앉아서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만나게 된 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대에 다닐 때 하숙했다는 하숙집 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존이 잘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경복궁역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수요 미식회에도 소개되었던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통인 스윗'이 보입니다. 서촌에는 통인 스윗 뿐만 아니라, 박노수 미술관 건너편 골목에 있는 레몬 케이크, 브라우니, 스콘이 맛있는 '스코프'도 있고, 'lait' 에는 달달한 빵이 많습니다. 독일식 빵은 '쁘티 통'이 서촌에서는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 같고요.
아이유의 앨범 쟈켓 촬영지로 유명한 대오서점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라고 하네요.
삼계탕으로 유명한 '토속촌'도 보입니다. 복날 뉴스에 맨날 나오는 그 집 맞습니다. 토속촌 삼계탕은 국물이 걸쭉한 스타일. 나는 광화문에 있는 '고려삼계탕'의 국물이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
이태원과 삼청동에도 가게가 있는데 서촌에는 언제 생긴 걸까요? 독특하고 예쁜 원피스가 많은 '킴스 부티크'입니다.
서촌 골목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소품 전문점 '보따리 상점' 인스타그램이나 미니멀리스트들의 브이로그에 꼭 나올 것 같은 소품들로 가득 찬 친환경 제품들이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네요.
이렇게 서촌 골목 여행을 마치니, 급체력 저하. 다음에는 유명한 디저트 맛집들을 가보고 싶습니다. 이상 서촌 골목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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