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나리, 그렇게 우리는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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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미나리, 그렇게 우리는 아버지가 된다

by 소북소북 2021. 3. 26.

영화미나리-아이작정-어린시절
왼쪽: 아이작 정 감독의 어린 시절 / 오른쪽: 영화 미나리 출연 배우 Noel kate Cho, Steven Yeon, Alan Kim(왼쪽부터) / 사진 출처: minarimovie instargram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야 보이는 것들,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영화 미나리의 감독 아이작 정 감독은 자신의 어린 딸이, 영화 미나리 배경 속 자신의 나이가 되고, 자신이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제 자신도 가장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 임을 깨닫고 한국의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송도) 교수직으로 오기로 한다. 그리고 그전에 언젠가 한번 영화를 만들면 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유년시절, 아칸소 농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적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 '미나리'로 만들어졌다. 

아버지가 만들고 싶었던 빅 가든(Big Garden)

"아빠는 빅 가든 하나 만들 거야"
"애들도 한 번쯤 아빠가 뭔가 해 내는 걸 봐야 할 거 아니야"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영화 속 젊은 아빠 제이콥 세대는 가난과 결핍과 상실을 뼈저리게 경험한 세대이다. 전쟁 직후, 땅이 소실되거나, 뺏긴 경험을 한 세대.  그들이 살아야 했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왜 제이콥이 한국 땅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아칸소의 '바퀴 달린 집'으로 오직 '빅 가든' 하나 만들겠다는 꿈으로 이주의 삶을 선택했는지 이해된다. 

 

아버지가 만들고 싶었던 그 빅 가든은, 아버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녀들에게 더 좋은 삶을 주고 싶었던 것임을, 우리는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알게 되었다. 고단하고 힘든 이민 생활에서, 어린 데이비드에게 왜 수평아리는 폐기되는지, 우물을 어디에 파면 물이 나올지, 뱀이 나올 위험한 지역은 어디인지 가르쳐주는 아버지. 빅 가든이라는 눈에 보이는 유산뿐만 아니라, 젊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삶의 유산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가 삶을 개척해 내고, 싸워 이겨내고 도전해서 이루어 내는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가르쳐 준 가르침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었고, 성공의 삶을 산 건 아니다. 아버지도 때로는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으며,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과 폭풍처럼 몰아치는 시련 속에서 혼란스러워했고, 화도 냈으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젊은 아버지 제이콥에게도 아버지로서의 삶은 처음이었고, 그에게도 그 거대한 자연과 알 수 없는 인생 앞에서 똑같은 연약한 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버지가 된다

 

아칸소농장-영화미나리-한장면
왼쪽: 아칸소 농장 시절의 아이작 정 감독 가족의 모습 / 오른쪽: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 사진 출처: minarimovie instargram

영화 '미나리'는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이 겪었었을 어려움을 농작물 창고가 불에 타는 장면에서 멈추며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더 어렵고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겠는가. 그러나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된 자녀들은 더 깊은 그들의 아픔을 꺼내지 않는 것으로, 그분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춘다. 그것이 아직도 아버지들에게는,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현재의 아픔으로 절절하게 남아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못된 장난을 치고 뱀을 무서워하던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

 

단순히 따듯한 가족영화라고 표현하기에는 더 깊은 뜻들이 함의되어 있는 영화 미나리. 위로와 감사, 겸손을 배우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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